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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그레그는 장기 요양 병원에 입원했다. 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가 그를 면담했을 때, 그는 왜 자기가 병원에 있는지를 몰랐으며, 아마도 과거 약물 남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색스 박사는 그의 방에 있는 많은 록 음반을 보고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그레그는 그가 좋아하는 그레이트풀 데드의 노래 "타바코 로드:를 판에 걸며, 그가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렸던 공연에 갔었던 생생한 기억을 얘기했다. "언제 센트럴 파크에서 연주를 들었나요?" 색스 박사가 묻자, 그레그는 "조모 됐죠, 아마 한 일 년 됐나"라고 대답했다. 사실 그 공연은 8년 전에 열렸는데 말이다. 색스 박사는 단어 목록이나 짧은 이야기를 회상해 보는 몇몇 검사를 실시했다. 그레그는 몇 초간은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았으나, 몇 분 안에 자기에게 말했던 모든 것들을 망각하는 것 같았다. 짤막한 노래나 소리는 여러 번 반복하면 때로 배울 수 있기도 했으나, 배우고 나서도 어떻게 언제 배웠는지를 다시 기억해 내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는 슬퍼했지만 그것도 곧 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난 후에는 행동이 변했다. 그는 점점 더 우울해졋고, 추수감사절 같은 명절에 집에 가려 하지 않았다. 비록 왜 그런지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망아지 꼬리 머리를 하고, 머리가 약간 벗겨진 중년 남자를 보통 '60년대에 갇힌' 사람이라고 표현하는데, 그레그에게는 글자 그대로의 사실인 셈이다. 그는 그가 가장 좋아하던 그레이트풀 데드의 건반 연주자 피그펜이 1973년에 죽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다는 것, 제니스 조프린이 죽은 것, 아랍-이스라엘 전쟁, 엘비스 프레슬리가 이혼한 것 등도 모르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을 물으면 린든 존스이나 존 에프 케네디라고 추측했다. 색스 박사가 힌트로 이름이 지미라고 알려 주었을 때도, "지미 핸드릭스?"라고 되물었다.
병원에서 14년을 지낸 후, 색스 박사는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그레이트풀 데드의 공연에 그레그를 데려갔다. 밴드가 60년대 유행했던 곡을 연주하자 열렬히 따라 불렀지만, 최근 곡을 연주할 때는 의아해하며, '미래지향적'이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레그는 연주회를 떠나며 색스 박사에게 공연이 "대단했고, 내 삶의 시대를 경험했으며, 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색스 박사가 그레그에게 그레이트풀 데드의 공연에 관해 묻자 "내가 제일 좋아하며, 센트럴 파크와 필모아 이스트에서의 공연에 갔었다"고 대답했다. 20년이 더 된 예전 공연을 회상한 것이다. "메디슨 스퀘어 공연에 갔었느냐?"고 묻자 "스퀘어에는 간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기억이란 시간에 걸쳐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그레그의 이야기가 시사하듯이, 차 키를 찾게 하고 치과 약속을 잡도록 도와주는 단순한 편의 도구 이상이다. 아주 실제적인 의미에서 우리의 기억이 우리를 규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했고, 경험했던 것들이 복잡하게 묶여 독특한 각자의 정체성을 이룬다. 기억이란 그러한 사건들의 흔적이며, 경험이 우리의 뇌에 만들어 놓은 지속되는 변화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남게 되는 것이다. 만약 경험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것은 일어나지 않은 것과 같은 셈이다. 그레그에게는 생애의 후반 20년이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고, 여전히 그는 1969년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가 말하고 하는 것, 느끼고 상상하는 것은 바람 속 연기처럼 이미 사라진 그때 거기일 뿐이다. 그가 색스 박사에게 어느 날 인정했듯이 그는 '사는 것 같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어제 한 일을 아주 쉽게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억하는 행위가 얼마나 복잡한 과정인지를 깨닫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잠시, 친구를 영화관에서 만나는 것과 같은 단수한 행위에 기억이 하는 역할을 생각해 보자. 여러분은 친구의 이름, 전화번호를 회상해야 하고 어떻게 전화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여러분은 친구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어야 누가 전화를 받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친구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야 한다. 어떤 영화가 상영 중인지, 어떤 종류의 영화를 여러분과 친구가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어떤 영화가 상영 중인지, 어떤 종류의 영화를 여러분과 친구가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적절한 날짜와 시간을 정하려면 살면서 벌어지는 여러 다른 것들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극장에 어떻게 갈지 기억하고, 운전 방법을 알아야 하고, 극장 앞에 서 있는 여러 사람 중 친구를 알아채기 위해 친구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봤던 영화를 또 보지 않기 위해 본 영화를 기억해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이 아주 통상적인 일이라 두 번 생각해 본 경우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정교한 컴퓨터일지라도 이런 작업을 평균적인 사람만큼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기억이란 늘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며, 또한 놀라울 정도로 부서지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기억하길 원했던 어떤 것을 망각했던 경험이 있으며, 혹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어떤 것을 기억하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왜 어떤 상황에서는 그렇게 잘 기능하는 기억이 다른 경우에는 잔인한 요술을 부리는 것일까? 어떤 때 우리는 기억을 신뢰해도 좋고 언제 회의적이어야 할까? 한 종류의 기억만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여러 개일까? 이들 모두가 심리학도들이 제기하고 답을 얻었던 의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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